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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하고싶은말... 제 5번 : 책

이 詩는 지난 2004년경, 보령의 종로학원에서 일하고자 할때 쓴 것이다. 대략.. 사람들은 비내리는 책 속에서 (좌절이 가득한 세상속에서) 비에 젖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그러나 결국에는 세상속의 내가 불러 들어가게 될 것임을 알면서도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음을 느낀다.

결국 나란 사람은 애세와 염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하고싶은말...


제 5번 : 책 손무영 2005/3/04 수정: 1회

책속의 나는
책속에서 우두커니 서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내 목을 움켜 잡는다.

글쓴이는 글쓴이이고 읽는이는 읽는이일 뿐인데

글쓴이가 때때로 책으로부터 내 목을 움켜잡고 앉아 책속으로 들어오라 하면

나는 우두커니 서서 하염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

책속의 사람들은
책속에서 우두커니 서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내리는 비에 그저 젖고만다.

글쓴이가 만든 세상에는 사람들이 무표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서로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내리는 비에 그저 젖어버리면 그만이니 나는 책속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가.

책속의 나는
책속에서 우두커니 서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책을 펴고 글을 쓴다.

글쓴이는 글을 쓰다가 갑자기 읽는이가 되고

읽는이는 나름대로 또 다시 글을 쓰다가

책속의 내가 불러 책속으로 들어가게 될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책속의 세상은
책속에서 그저 존재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글쓴이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지워진다.

글쓴이는 그저 글을 쓰기위해 글을쓰다가 어느날 돌아보면 글을 쓰지 않은것을 깨닫게 되고

읽는이는 그저 글을 읽다가 어느날 돌아보면 글을 읽지 않은것을 깨닫게 되니

그럴때면 더더욱 책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만이 솟구친다.

책속의 나는
책속에서 우두커니 서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나를 향해 손짓한다.

글쓴이는 책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연필을 던져버리면 그만이고

읽는이는 책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책을 덮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차마 연필을 던져버리지도, 책을 덮어버리지도 못하고 갈등만 하고 있으되,

책속의 나는 언제나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