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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학

테러리즘에 대하여


Terrorism

by MBA7.kr 임숙경

작년 12월 아프가니스탄에서 국내 건설사 소속이었던 한국인 2명이 피랍되었다가 구출된 사건이 있었죠. “테러”는 우리에게 더 이상 낮선 단어가 아닌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테러의 주 타겟이 되는 것은 보통 미국을 비롯한 서구인들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위와 같은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한국, 또는 한국인들도 테러로부터 안전하지는 않은 듯 보입니다. 보통 테러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분노” 입니다. 하지만 분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테러가 왜 일어나며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겁니다. 오늘은 블로그에 올려지는 첫 글이니 만큼 테러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와 이것이 왜 발생하는가, 그리고 각 정부들의 ‘테러와의 전쟁’이 무엇을 야기하는가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각 테러리스트 단체들과 그들의 목적에 대해서는 다른 장에서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테러리즘”의 정의에 대해서 학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개념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다수의 비무장인들, 즉 선량한 시민들을 폭력으로 위협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테러에 대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퍼져가는 지구적 반미정서와 다른 국가의 국가적 테러에 대항하여 나타나는 투쟁으로써의 테러, 그리고 국가간의 빈부격차가 테러를 조장한다는 이론, 물과 에너지 같은 자원의 전쟁으로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옳다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모든 원인들이 각 국가 및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위에 나열된 여러 가지 설 중 몇 가지만 얘기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지구적 반미정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2001년 9월11일, 미국에서 있었던 테러는 전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인들이 받았던 충격은 어마어마한 것이었죠. 이 일로 인해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Glove and Mail』 의 국제 정치 전문기자인 마르쿠스 기는 “9.11 테러의 뿌리는 반미주의 라 말할 수 있는 증오와 급진 이슬람 이데올로기다” 라고 말했습니다. 2001년 12월부터 2002년 1월 사이 다수 무슬림 국가인 아홉 나라( 인도네시아, 이란,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모로코, 파키스탄, 사우디 아라비아, 터키)에서 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미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무례하고 건방지고 잘난체하는’ 으로 각인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적대적 국제적 여론은 테러리즘을 일으키는 동기가 되기도 하고, 테러리스트 단체들을 지지하는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니 이러한 반미정서가 테러와 무관하다 할 수 없겠습니다.

“국가테러에 대항하는 도구로서의 테러”를 말하자면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예로 들 수 있겠는데요,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땅을 빼앗기고 살던 집이 눈앞에서 파괴되어 이스라엘인들에 의해 점령당한 벼랑 끝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의 국가테러에 대항한 투쟁일 겁니다. 프란츠 파농은 “폭력을 수반한 투쟁은 압제에 시달리는 사람들 사이에 공동의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 고 했습니다. 모든 걸 다 빼앗긴 사람들에게 테러의 정당성, 호소력과 설득력은 훨씬 강하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상황이 절망적이라 하여 폭력을 사용하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겠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입 니다. 어쨌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상황은 매우 복잡해서 쉽게 해결되지 않을 듯 보이는데, 그것은 두 국가 모두 서로에게 테러를 가하는 이유와 명분이 바로 각자의 공동체를 수호하고 그들 종교의 성지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역적 테러는 특정한 정치적 상황에 적용되지만 알 카에다와 같이 이미 초국가적 테러집단이 된 경우 지역을 초월해 활동하기도 하죠.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각 정부들의 테러에 대한 대응과 이것이 만들어내는 결과입니다. 9.11 당시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테러와의 전쟁”은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테러리스트에 의해 희생된 자국민들의 숫자만 나열할 뿐, 자신들의 대테러 항쟁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국내적으로는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목아래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기도 하죠.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의 자유가 침범 당한다는 것은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일입니다. 또한 불분명하게 정의된 “테러리즘”이란 용어는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상대집단을 통제하고 적으로 만들기에 매우 편리하여 악용될 소지가 많습니다. 다시 한번 팔레스타인의 예를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스라엘 정부와 미국에 의해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와 하마스는 종종 “테러단체”로 묘사되곤 합니다. 하마스의 경우 무장단체 겸 팔레스타인인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서구 미디어에 의해 테러단체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하죠. 1932년 4월 29일 일본 왕의 생일 기념식장에 도시락 폭탄을 투하한 윤봉길의사가 우리에겐 독립운동가 이지만 일본인들에겐 테러리스트로 비춰질 것과 같은 논리긴 합니다만,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에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단순한 테러 행위로 치부해 버리고 싶어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현재 행위를 지속시켜나가는데 편리하기 때문이죠. 현대판 국제적 마녀사냥에 이용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외에도 다양한 목적을 가진 테러행위들은 전 세계적으로 많지만, 테러라는 폭력적 도구를 통해 과연 그들이 원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조너선 바커에 의하면 정부가 테러리스트들의 요구에 정책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의 지식인들과 유명 인사들은 자살테러의 비효율성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는데, 그들은 이러한 종류의 테러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두 국가의 평화적 공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조너선 바커의 말을 인용하자면, “테러는 맹목적인 분노가 아니라 왜곡된 형태의 정치적 사회적 맥락의 행위”입니다. 따라서 부시가 선포했던 무조건적이고 무력적인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 테러가 일어나는 정치적 상황, 테러리스트들의 문화적 종교적 배경, 요구에 따른 테러의 근본원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좀 더 평화적이고 인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정치적 해결책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더욱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References
『테러리즘, 폭력인가 저항인가?』/ Jonathan Barker



< 저작권자: 임숙경@MBA7.kr - http://middleeas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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