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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학

미국인들의 Islamophobia: 왜 이슬람은 정치적인가?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반감과 두려움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Time지는 “Islamophobic" 이라고도 표현했는데요, 미국 내에 늘어가는 이슬람 사원들은 그들로 하여금 9.11테러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9.11의 트라우마와 더불어 미국인들로 하여금 반감과 두려움을 갖게끔 하는 이슬람의 힘은 무엇일까요. 왜 유독 이슬람은 정치와 자주 결부되어 이야기 될까요.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슬람이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슬람이 있기 전 아랍사회는 부족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였으며 흔히들 알고 있듯 상업과 무역 행위를 기반으로 유목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종교 또한 여러 신이 숭배되던 다신교 사회였죠. 그런 상황에서 신의 계시를 받은 무함마드가 유일신교인 이슬람 (유대교와 기독교, 조로아스터교에 영향을 받은) 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슬람은, 대부분의 종교들이 그렇듯 초기에는 박해를 받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랍사회의 주요 종교가 됩니다. 무함마드는 이슬람 이라는 종교를 통해 칼리파 제도와 이슬람 법, 교육, 군사, 사회복지 체제라는 유산을 남겼습니다. 즉 무함마드 자체가 종교 지도자임과 동시에 부족장의 역할을 맡았던 셈입니다. 처음부터 이슬람은 그들 공동체 움마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종교와 정치가 결합 된 시스템 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이 본격적으로 정치적인 색채를 띄기 시작한건 무함마드의 사후부터입니다. 그의 죽음 이 후 칼리파들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안정적이었던 이슬람 내부의 정치체계는 급격히 혼란스러워지고, 대대로 내려오는 칼리파들 사이에 암살과 찬탈이 반복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정 칼리파를 인정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소위 우리가 알고있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갈라지게 되죠. (물론 시아와 수니로 나누어 구분짓는 것은 서구인들에 의한 분류이긴 합니다만, 이에 관해선 다른 장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예언자의 대리인" 이라는 칼리파의 자리를 두고 많은 암투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칼리파 제도가 부족과 가족, 연줄을 기반으로 (큰 두 가문, 하쉼과 우마이야 부족을 중심으로) 내려왔다는 겁니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해 볼 때 일반적 종교윤리 혹은 종교체제와는 거리가 멀고, 종교적이라 말 할 수도 없는 것이죠. 이슬람이 정치적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는, 초기 이슬람 시대에 전쟁이 있었던 경우 부족 전사들 혹은 우두머리들의 주요 관심사가 영토 확장 혹은 이슬람의 전파가 아닌 전리품을 획득하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즉, 결론적으로, 역사상 많은 국가와 사회가 종교를 이용해 지배 권력을 강화시키고 민중을 다스려왔듯이, 이슬람은 이것의 초기시대부터 공동체의 지배와 수호를 위한 정치적 도구의 하나로서 이용되어 온 셈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볼 때 현대의 이슬람이 정치적인 성격을 보이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죠.

다만 여기에서 “정치적”이라는 것과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은 다른 것이고 구분 되어야 합니다. 이슬람은 “정치적”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슬람은 종교 시스템상 “정치적 힘”이 한 곳으로 집중 될 수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느 집단이 정치적 힘을 발휘하려면 자금이 모여야 하고, 지배와 권력을 유지 시키키 위해서는 일정한 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슬람의 경우 부를 분배하는 한 방법으로 자카트(زكاة‎) 라는 제도를 만들었죠. 이것은 헌금을 직접 사원에 내고 성직자가 거둬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하고 적선하는 제도 입니다. 정치적 힘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무함마드가 만든 일종의 장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슬람 그 자체는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미국의 “Islamophobia”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도록 하죠. 미국인들은 왜, 무엇 때문에 이슬람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요. 그들은 미국 내의 이슬람이 확장되고 그들의 세력, 즉 다수의 무슬림이 생겨나는 걸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는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 내에서 무슬림 이라는 그룹의 세력이 커지고 목소리가 강해지는 것은 그들을 충분히 두렵게 만들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들의 이러한 두려움에는 이슬람 전체를 적으로 만드려는 미국 언론의 호들갑과 위에서도 언급한 9.11 테러의 트라우마 역시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의 이슬람 공포증을 보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중동과 이슬람에 대한 인식 역시 미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많이 느끼는데요, 중동지역과 이슬람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부족은 불필요한 공포와 그릇 된 대응을 초래합니다. 제대로 된 외교적 대응과 대중동정책을 위해서라도 중동과는 뗄 레야 뗄 수없는 이슬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연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References

『A short history of Islam』/ Karen Armstrong
Week 5. Political Islam of the Caliphate: Islam and Politics / Jeong-Min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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