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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학

석유, 그 자원의 저주


중동 국가들에 있어 석유는 국가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천연자원입니다.(물론 관광업이 발달한 이집트의 경우는 얘기가 좀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New york Times에 의하면 석유는 그 이익만큼 위기도 함께 가져다주었다고 합니다.(1 August 2000) 또한 석유가 풍부한 국가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국가들에 비해 성장률이 느린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나이지리아의 경우 석유가 풍부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 국가의 현재 GNP per capita는 1966년 독립 당시 보다 높지 않습니다.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발전 및 경제성장의 속도가 더디거나 오히려 퇴행하는 경우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요. 이러한 경우를 두고 보통 ‘자원의 저주’라는 표현을 씁니다.

자원의 저주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만, 자원이 부정부패의 원인이 되어 한 나라의 경제발전을 저해시키는 경우, 혹은 이 자원이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북아프리카의 5개 석유 매장국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는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석유 개발권이나 점유권을 둘러싸고 그들 국내적으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여러 가지 분쟁이 있어왔습니다. 서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전쟁 역시 자원이 분쟁의 씨앗이 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는데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했던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그러한 서아프리카의 분쟁 현실을 잘 보여주는 영화로 저 역시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요인이 정치적 요인이라면 세 번째 요인은 조금 더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겠습니다. 바로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 제조업 등 다른 산업이 발달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예를 들어보기로 하죠. 사우디의 왕 Faisal(1964-1975)은 석유를 관리하는 그의 장관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한 세대 안에 낙타에서 캐딜락을 탔다. 하지만 우리가 이처럼 돈을 낭비한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는 다시 낙타를 타야할 지도 모른다는게 나는 두렵다”.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석유가 고갈 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도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다른 산업발달의 부진에 대해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만약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볼펜이 국내에서 만들어진 같은 종류의 볼펜보다 더 싸고 질이 좋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즉, 국가에서 제아무리 국내 산업을 육성하려해도 이러한 Dutch disease 현상이 지속된다면 결국 국내산업 육성의 길은 요원해 질 것입니다. (Dutch disease란 사전적으로 외화의 과다유입으로 인해 자국의 통화 가치가 높아져 한 나라의 무역(수출)에 있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내경제 상으론 물가상승을 동반하여 계속해서 자원에 의존하게 만듦으로써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의 고갈에 대비하여 1990년대부터 국내산업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플랜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며, 걸프지역의 산업 및 기업들의 성장은 미국 및 유럽, 일본 등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기본적으로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들은 제조업이나 IT 분야와 같은 다른 산업들 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은 퀄리티의 기술들을 요하기 때문에 경쟁력에 취약한 단점을 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많은 석유 부국들의 자원에 대한 과잉된 자신감 역시 Dutch disease와 함께 경제정책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경제정책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되거나, 한 나라의 경제를 제대로 관리 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 부재인 경우, 혹은 제대로 된 경제정책이 없는 상태는 국내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률을 퇴행시킬 수 있는 것이죠. 제가 탄자니아에 머물렀던 4년 전 그 당시, 탄자니아엔 경제부 장관이 없단 이야기를 듣고 매우 황당해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제대로 된 경제정책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임금수준에 비해 물가가 높고 안정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던 것 같군요.

마지막 자원의 저주는 인적자본개발을 위한 교육투자에 소홀해지는 것 입니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이 단기간 내에 이만큼의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습니다만 모두들 아시다시피 높은 교육열, 즉 교육에 대한 투자가 크게 한 몫 했었다는 걸 인정하실 겁니다. 이러한 교육에 대한 투자는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민주주의를 강화시키며, 건강개선, 평등의 강화, 더 나은 조건의 good governance 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서비스업이나 제조업, 하이테크 기술이 그닥 필요하지 않은 산업환경 속에서 인적자본개발에 대한 노력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요즘은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추세긴 합니다만..)

천연자원의 양이 부족하고 가진 게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러한 중동의 부국들에 비해 교육에 대한 투자가 높고 인적자본개발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죠. 이것이 지금의 한국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는 건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입니다. 석유부국들 역시 ‘석유’라는 천연자원에 대한 의존성을 점차 줄여나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우수한 인적자본을 많이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석유부국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상호이익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References
Natural resources, Education,  and Economic Development / Thorvaldur Gylfason



< 저작권자: 임숙경@MBA7.kr - http://middleeas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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