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뉴스를 통해 보여지는 카이로는 그야말로 대혼돈 그 자체였는데요, 카이로의 중심부라 말할 수 있는 따흐릴 광장은 다 부서진 모습이었습니다. 작년 여름 카이로에서의 따흐릴 광장과 나일강에 대한 추억이 많은 저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광경이었죠. 특히 저녁 때쯤 종종 산책을 하던 나일강변엔 탱크가 들어서서, 예전의 그 여유롭고 느긋한 나일의 밤을 더욱 그립게 하더군요. 외국인으로서의 제가 느끼는 카이로에 대한 것들은 단지 이러한 감상에 지나지 않지만 이번 이집트 사태는 그들에게 민주화 혁명에 해당되는 큰 사건입니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오늘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며, 무바라크 정권의 독재에 대한 반대는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작년 여름 이집트에서 두 달 동안 머물면서 무바라크 정권에 반대하는 레지스탕스들을 검거했다는 둥의 신문기사 혹은 뉴스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요, 심지어 그 곳에서 만난 한 친구는 카이로의 한 신문기자에게 무바라크 정권의 독재에 대해 외국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글을 기고해 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그 동안 서서히 끓어오르던 무바라크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이번에 크게 터진 듯 보입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영향을 받아 일어난 것으로 분석되는 이번 이집트 혁명은, 국제유가의 상승과 이집트의 친미정권인 무바라크가 무너짐에 따른 미국, 이스라엘과의 관계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있을 중동정치의 지각변동, 다른 중동 독재국가들에게 있어 향후 큰 시사점을 줄 것임과 동시에 민주화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이 세 가지 요인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큰 사건이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 국제유가의 상승은 신경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요인이죠.
이집트 국내적으로는 현재 친무바라크 시위대와 반무바라크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고 합니다. 30년 동안 정권을 유지했던 무바라크 대통령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군부까지 등을 돌린 상태에서 현재의 정권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문제는 ‘야권인 엘바라데이(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자 민주화 세력의 대표로 꼽히고 있는) 와 부통령인 술래이만 중 누가 권력을 잡을 것인가’ 라는 것인데요, 저의 스승이기도 하신 서정민 교수님께선 이미 정권유지는 힘들어진 무바라크가 술래이만에게 이양하지 않겠는가 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무바라크 이후 친미정권이냐 아니냐에 따라 중동정치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니 주목 될 일이죠.
하지만 제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번 이집트 혁명이 과연 다른 중동 국가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입니다. 사우디 아라비아, 리비아, 시리아 등등 소위 서구에서 말하는 중동독재국가들에 민주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가 제가 크게 흥미를 가지고 보는 부분입니다. “코샤리 혁명” 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이집트 혁명은(코샤리란 이집트인들이 즐겨먹는 서민적인 음식으로, 이집트의 서민들 혹은 하층에서부터 시작 된 혁명이란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과 더불어 중동과 아프리카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비록 어릴 때의 일이었지만 독일이 통일되는 모습을 봤던 기억도 그렇고, 제가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에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고 또 인간역사가 흘러가는 광경에 때때마다 주목하게 되는데요, 이번 이집트 혁명 역시 어떻게 흘러가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리고 역사는 이를 어떻게 기록할 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저작권자: 임숙경@MBA7.kr -http://middleeas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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