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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게 던지는 말 ... 제 6번 : 책 2

손무영 2012. 8. 6. 08:28

이 詩는 지난 2005년경, 보령의 종로학원에서의 일을 그만두고자 할때 쓴 것이다.

만일 세상을 살아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와중에 책장을 넘길 힘만이라도 있거든, 책을 계속 읽을 수는 있겠지만, 넘긴 책장에는 또 다른 절망이 있을 뿐이다.

할말을 다하고 난 지은이는 책을 덮어버릴 것이고, 나는 그 책에서 나와 새로운 책을 얻고자 한다.

세상에게 던지는 말 . .

제 6번 : 책 2 손무영 (2005.07.22) - 0회 수정

책속의 나는

내목을 움켜쥔 채고 아직도 그대로

나를 흔들어대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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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 힘만 있거든

책을 읽을 수는 있으려니와

책장을 넘기면 그속에는 또 다른 내가 살고 있으니

수많은 나와 싸우는 것 또한 이젠 지쳐갑니다.

얻은것은 잃은것이나 매한가지요

얻은것 또한 내것이 아니어든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천신만고 끝에 들어온 책속의 세상

이곳에는 내가있고, 그곳에는 네가 있고, 다른곳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책장을 들어 넘길때마다

나는 너를 보다가 나를 보다가 다른사람들을 본다지만

비에 젖은 사람들은

아직도 무표정스러운 표정만 지으며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어떤이는 흔히들 말하는 바,

작은 초에 불붙여- 책속 어둔 세상을 밝히겠다 하지만

비내리는 책속에서

그정도 희망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합니다.

네가 나에게 전하여 주었던 편지도 어디로가고,

내리는 비속에 나만 홀로 외로이 있습니다.


지은이가 할 이야기를 마치면

책속의 세상도 책이하는 이야기도 들어넘길 책장도 끝나갑니다.

비내리는 책 결국 해뜨는 풍경은

낯선 먼나라의 이야기책에서 만나게 될 풍경으로 자리잡고

나는 이제 나갑니다 책속에서

너는 아직 이곳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그대로 서있지만


무표정스러운 책장이 말하는대로

네가말하는것도 내가말하는것도 어느것 하나 진실은 없습니다.

하얀 종이가 누렇게 바래갈 즈음,

그 위에 한껏 멋을 부려 휘갈긴 낙서들도 빛바랜 종이조각 더미에 쌓여 사라지고

이제 이곳에는 너를 위한 연필이 있고 다른사람들을 위한 연필이 있고

그리고 나를 위한 연필은 없습니다.

네가 나에게 말해준 편지는 어디론가 가버렸다지만

내가 나에게 말해준 편지도 내가 너에게 말해준 편지도 아직 나에게는 살아있습니다.

이책을 덮어버리면 그곳에는

하얀 종이 같은 또다른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다시 펜을 들어 그 책에 낙서를 시작하겠지만

나는 아직 이책의 빛바랜 종이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