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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할때.. 뇌세포 파괴 주의하세요

원문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28/2010052801534.html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4좌 완등은 세계 산악인의 꿈이다. 강인한 정신력과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등반가만이 이룰 수 있는 꿈이다. 특히 심폐 기능이 탁월하지 않으면 무산소 등정으로 정상을 정복하기 어렵다.

무산소 등정은 높은 봉우리에 오를 때 산소 호흡기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을 뜻한다. 심폐 지구력이 고산 등반가마다 다른 것처럼 저산소증(hypoxia)을 견뎌내는 능력 역시 제각각이다.

높은 곳에서 산소가 부족하면 2단계로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 단계는 고산병(acute mountain sickness) 이다. 두통·불면증·현기증·피로·메스꺼움·구토 증상이 나타난다. 두 번째 단계는고도대뇌부종(浮腫·high-altitude cerebral edema)이다. 뇌가 팽창하는 증상이다. 산소 결핍으로 2단계에 접어들면 뇌 세포가 손상된다. 특히 고봉에서는 모세혈관의 벽이 새기 시작해 대뇌 피질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두개골이 압박을 받는다.

때때로 시신경이 심하게 부어올라 시각 능력이 떨어지고 망막 출혈을 일으킨다. 혈액은 쉽게 응고되어 뇌졸중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고산 등반가는 건망증·정서적 장애·망상·인격 변화·의식 상실에 시달린다.

높은 산을 등반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뇌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고산 등반을 하면 누구나 예외 없이 뇌가 손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신경학자 니콜라스 페이드는 자기공명영상(MRI) 기술로 고산 등반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뇌를 연구했다. 먼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해발 8848m) 등정을 시도한 13명의 뇌를 들여다본 결과 대부분 뇌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등반 중에 고도대뇌부종(HACE) 증상을 호소하지는 않았지만 대뇌 피질이 팽창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히말라야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아르헨티나 안데스 산맥의 아콩카과(6959m) 정상에 도전한 8명의 뇌도 분석했다. 이들 역시 모두 뇌가 손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실어증이나 일시적 기억 상실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알프스 산맥의 몽블랑(4810m)은 에베레스트나 아콩카과처럼 높지 않기 때문에 등반가의 뇌에 손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몽블랑 정상을 다녀온 7명의 뇌를 연구한 결과 2명의 뇌가 팽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의 회복 능력이 뛰어나므로 시간이 흐르면 이런 뇌 손상이 치유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3년 뒤 실험대상자의 뇌를 다시 조사한 결과 손상된 부위가 복구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6년 '미국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Medicine) 2월호에 발표된 연구결과는 전문적인 등반가일수록 뇌 손상이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계 고봉을 정복해 맛본 성취감의 대가로 뇌 조직을 지불한 셈이다.

해마다 5000명가량이 히말라야에 오른다. 안데스와 알프스 정상에도 매년 수천 명이 도전한다. 그들은 뇌 손상의 위험에도 등정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영국 등반가 조지 맬러리(1886∼1924)처럼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라고 대답할지 모른다. 인간은 꿈과 목숨을 맞바꿀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니까.